[어지럼 및 자율신경 클리닉] 걷다가 머리가 핑∼ 여름에 심해지는 ‘기립 어지럼증’
페이지 정보
본문
원래 어지럼이란 자신과 주변 환경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자기 자신 혹은 주위 환경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을 말한다. 가령 ‘회전목마를 타지 않고도 탄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체 인구의 약 50%가 일생 동안 한번쯤 어지럼을 경험할 만큼 일상에서 두통과 더불어 신경과에서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다.
어지럼은 귀 안쪽에서부터 머리까지 연결되어 있는 평형기관의 이상으로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기립 어지럼은 평형 기관의 이상 없이,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최근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어지럼이다.
기립 어지럼은 누워있거나 앉은 상태에서 일어날 때 혹은 보행 같은 계속 서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어지럼이다. 흔히 현기증이라고도 불린다. 누구나 한두 번 경험하는 가벼운 증상일 수도 있지만 때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기립 어지럼은 어지럼 외에도 만성피로, 집중력 결여, 무기력, 전신 무력감, 우울감 등으로 삶의 질 저하를 일으킨다. 또 낙상으로 인한 대퇴골 골절, 외상성 뇌출혈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기립 어지럼이 65세 이상 노년층에서 더워지는 시기에 잘 생기며 특히 무더위가 본격화 되는 7, 8월에 절정에 달한다는 것이다. 겨울철에 비해 피부로부터 빠져나가는 수분 소실이 심해 탈수에 빠지기 쉽고 장기간 햇빛에 노출되면 혈관이 이완돼 심장으로 유입되는 순환성 혈액량이 적어진다. 따라서 서 있는 동안 혈압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량의 감소돼 기립 어지럼이 생긴다. 기립 어지럼은 수축기혈압이 20mmHg 이상 떨어질 때 나타난다. 노년층에서 어지럼이 발생하면 환자들은 흔히 뇌중풍(뇌졸증)을 가장 걱정하지만 실제 이보다 더 흔한 원인은 기립 어지럼이다. 기립 어지럼이 심해져 의식을 잃는 상황은 의학적으로 실신이라 부르며 흔히 기절, 혼절로도 불린다.
병원에선 뇌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촬영하거나 귀 부위 평형기관 기능검사로 잘 알려진 비디오안구운동 검사 등을 흔히 진행한다. 하지만 기립 어지럼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립경 검사를 통해 체위에 따른 혈압 변동을 파악하는 자율신경계 기능 검사다.
기립 어지럼을 예방하려면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엔 하루에 2, 3L의 충분한 물을 매일 먹는 것이 좋다. 또 설사를 조심하고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음식은 삼가야 한다. 과도한 땀 배출이 될 수 있는 뜨거운 사우나나 장기간 직립 상태에서의 햇빛 노출을 피해야 한다. 술, 커피처럼 이뇨 작용을 하는 음식도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즉, 내 몸에 수분은 최대한 많이 가두어 놓고 몸 안에 물이 빠져나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기립 어지럼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운동으로는 유산소 운동보다는 스쿼시, 빠른 걷기 등 하체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이 좋다. 하체 근육은 혈액의 대용량 저장소(USB) 역할을 해 ‘제2의 심장’이라고도 불린다. 따라서 하체 근육이 발달하면 심혈관계 질환, 당뇨, 기립 어지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약물 치료로는 혈압을 올리는 약제가 주로 사용되지만 비약물 치료와 함께 병행할 때 그 효과가 더욱 좋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